나른한 일요일 오후였다.
가끔은 정리도 좀 하고 살아야겠다 싶어, TV 장 옆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던 DVD 박스들을 정리하던 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아이가 있었으니, 알파치노와 크리스 오도넬이 나란히 길을 걷고 있는 사진이었다.
1992년작, 여인의 향기.
1993년의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골든글로브 각본상과 작품상을 받았다.
대부분에게는 알파치노의 탱고가 굉장히 기억이 남는 영화였지만, 내겐 페라리를 몰면서 너무 좋아하는 알파치노가 더욱 기억이 남았었다.
스포일러 있음!
군대에서의 사고로 인해 퇴역한 중령 프랭크,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면서 잭 다니엘스를 물처럼 마시고 괴팍한 성격을 드러내 보이지만 무척이나 외로운 노년을 지내고 있었다. 추수감사절 휴가 전, 그를 돌보던 사촌 부부가 잠시 떠나게 되면서 임시로 주말에 프랭크를 돌보게 된 찰스는 그의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프랭크는 찰스를 데리고,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1등석 비행기를 타고, 고급 호텔에 묵고,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고급식당을 거침없이 다닌다. 애써 식구들과 화해를 시도하기도 하고, 멋진 여자와 탱고도 추고, 빨간 페라리를 몰아보지만, 프랭크는 이 여행을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하려 하는 거였다. 찰스는 찰스 대로 고등학교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증인이 되어, 친구를 밀고하고 달콤한 미래를 얻을 것인지, 아니면 신의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갈등을 하게 된다.
군복을 차려 입고, 떠날 준비를 하는 프랭크에게, 찰스는 살아야 할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겉으로는 괴팍하고 거칠어 보이는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깊은 마음과, 멋진 탱고와 페라리로 그의 삶에 새로운 면을 열어보인 것.
결국, 프랭크는 찰스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에 눈을 뜨고, 찰스 또한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옳은 모습에 지지를 보내는 프랭크의 도움으로 학교에서의 위기에서 벗어 난다.
이제 그들 앞에는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린다.
프랭크는 크리스마스에 찰스를 초대하고, 찰스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따스하게 미소짓는다.
반전이 있거나 굵직 굵직한 사건이 터지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프랭크의 삶의 모습에서, 그의 말 속에서 삶에 대한 깊은 고찰과 애정을 아련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좋지만, 좀 더 옳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인생의 굴곡도 즐기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진다.
마음 한구석에 말라가고 있는 나무에 물을 흠뻑 준 것 같은 느낌.
저절로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게 만들어 주는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의욕 없고, 우울할 때 한번쯤 보면 좋을 영화.
개인적으론 별 네개 반.
ps 역시 알파치노의 카리스마는 최고~ >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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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2008/01/29 13:3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어, 저 영화 아카데미 덕분에 당시 나름 대세였는데, 난 안 봤었어. 그 즈음엔 무지 스펙타컬한 것만 보던 때라 말여. 근데 나중에야 보려니까 이미 이야기도 주요 장면도 다 알아버린 뒤라 지루할 것 같더라. 담에 집에 가면 dvd 구경이나 시켜줘.
구름비 2008/01/29 13:47 편집/삭제 댓글 주소
DVD 보느라 PS 안 버리고 놔뒀잖냐...
Meryl 2008/01/30 00:3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나도 이영화 무척 좋아했어. 케이블 재방송까지 합침 아마 10번은 밧을듯. OST도 좋고, 사실 난 이 영화때문에 알파치노를 좋아하게 되었지. 어둠의 이미지를 벗는 아주 멋진 연기였슴
구름비 2008/01/30 10:43 편집/삭제 댓글 주소
결국 DVD까지 샀으니.. 저도 한 10번은 보겠지요?
스토리는 줄줄 외워도, 볼 때 마다 재밌다능..
근데 이거, 번역이 너무 순화--;; 되 있어서 직접 영어로 알아들으면 더 재미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