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만 무성했던 놈놈놈이 드디어 개봉. 목요일, 평일인데다 오후였는데도 놀랍게도 극장의 약 40%의 좌석이 차 있었다 - 지난 번 공공의적 강철중 때가 이랬었다 -는 데, 역시 이 영화가 소문이 많이 났구나 싶었다.
[사진] 다음 영화정보
더 봅니다.(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는, 썩 재미있진 않았지만 볼만은 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 1) 재미는 별로였다 2) 볼만은 했다 볼거리는 있었지만, 스토리의 짜임새가 너무 허술해서 좀 많이 아쉬웠다.
스토리는 심플하다. 아니, 심플한 스토리로 시작했는데, 억지스런 곁다리와 갑작스런 스토리 전환이 좀 당황스러웠달까. 일제치하, 중요한 '지도'를 일본인에게 팔아치우고, 그 지도를 다시 회수하기 위해 매국노에게 고용된 나쁜놈 박창의(이병헌), 그리고 그 지도를 일본인에게서 빼앗기 위해 고용된 좋은놈(정우성), 우연하게 열차를 털러 갔다가 그 지도를 손에 넣게 된 이상한놈(송강호). 이 세 놈(?)의 이야기다. 거기다가 지도 = 보물지도라 생각한 마적떼와 일본군들까지 합세하게 되면서 쫒고 쫒기는 양상이 치열하게, 피터지게 펼쳐진다.
한동안 컨츄리 뮤직과 웨스턴 무비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처음 계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너무 멋져 보여서 그가 출연했던 예전 서부극들을 다 챙겨보게 된 거였고, 거기서 나오던 '쟝가쟝가' 하던 컨츄리뮤직까지 한동안 CDP에서 떠나지 않았던 리스트들이었다.
김치웨스턴 + 꽃미남들의 조합인데 안 갈 수가 없었다. ^-^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김지운 감독의 작품을 딱 한 편 보았다. 반칙왕, 사실 이것두 명절에 TV에서 해 준 걸 보았을 뿐, 극장에 내 돈을 내고 자의로 보러 간것은 아니었다. 조용한 가족,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같은 영화들은 왠지 썩 보고싶은 영화들은 아니었기에, 유명한 영화임은 알지만 - 그리고 감독이 김지운이라는 것도 알지만 - 보진 않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나선, 아마 다시는 김지운감독의 영화를 볼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다. 역시 내스타일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달까.
첨에는 '킬빌' 보는 느낌이었다. 화려한 액션과 스타일리시한 화면, 그리고 자칫 잔혹하게 느껴지는 피 튀기는 장면들까지, 일부러 B급 처럼 보이게 만들었나, 생각했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김지운 감독은 후까시(?) 내지는 스타일리스트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웨스턴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시도도 좋고 - 너무 좋아하고 - , 만주에서 찍었다고 하는 그 낯선 풍경들도, 꽤나 신경쓴 듯한 세트들도, 먼지 풀풀 날리면서 말 달리는 모습들도, 그리고 바로 옆에서 찍은 듯한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 진짜 너무 멋졌다.
다만 아쉬웠던 건, 이 세놈의 관계 설정자체도 애매하고, 중간중간 스토리가 한번씩 뉴런에서 신경전달될 때 축색돌기에서 점프하듯 - 갑자기 왜 이런 비유가 나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넘어가는 거. 그리구 일부러 한 것인지, 아니면 최종 작업하면서 시간이 모자라서 음향작업을 좀 대충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소리가 너무 작고, 음악소리가 거칠게 - 마치 옛날 축음기 소리 같이 조율되지 않은 느낌으로 - 커서, 중간중간 대사가 너무 심하게 씹혔다. 우물우물 씹듯이 대사치는 이병헌은 특히나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들었고 말이다.
특히 좀 아쉬웠던 부분은 나쁜놈, 이병헌의 역할이었다. 체인이 달린 검정색 웨스턴부츠에 가는 회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정색 양복, 타이없는 하얀 셔츠, 검정 가죽장갑을 끼고 오른쪽 얼굴을 반쯤 가린 헤어스타일에 아이라인이 진하게 들어간 얼굴 화장과 얼굴의 칼자국까지, 분위기는 딱 현세의 힘 좀쓴다는 조폭 같은 느낌인데 영화에서의 역할은 진짜 나쁜 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아주 유능한 거 같지도 않고, 말 타는 것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말이다. 웨스턴 무비의 악역은 진짜 죽어서 너무너무 마땅한 놈들인데, 나쁜 놈의 캐릭터는 악역이 꼭 필요해서 억지로 '이 정도면 되려나?'하고 넣은 느낌이라 모처럼의 연기변신이 아깝게 느껴졌다. 스토리상에서 나쁜 놈인 이유를 조금 더 넣어주고, 이병헌 패거리들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들면서, 말 대신 다른 멋진 탈 것을 구해주었다면 느낌이 조금 더 살았을텐데 말이다. 만주 벌판에선 조금 효율이 떨어지지만, 멋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달린 검정색 승용차 같은 거 말이다.
착한놈 정우성과 이상한놈 송강호는 캐릭터 자체가 - 현상금 사냥꾼과, 어떻게든 살아남는 이상한 놈으로 - 딱 잡혀있고, 외형 또한 너무 어울리는 사람들이라 영화에서는 더 돋보였던 것 같다.
정우성은 솔직히 연기를 잘 한다고 느꼈던 적은 별로 없는 배우이지만, 제임스 딘 같은 정우성 특유의 분위기는 아마 다른 배우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삐딱하게 쓴 중절모에 로라이즈의 스키니 카키색 바지에 자주색 조끼, - 발레슈즈 같이 끈을 묶는 - 무릎까지 오는 검정 부츠에다 가죽으로 된 밤색 계열의 롱코트에 얼굴을 가리는 용도의 목도리 겸 회색 머플러, 그리고 장총을 들고 말을 타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멋있었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오른쪽 손목에 굉장히 심한 타박상을 입었음에도 스프린트를 할 수 없어서 아픔을 참아가며 촬영을 했는데, 정두홍 무술감독과 김지운 감독이 꼬셔서(?) 말을 타면서 장총을 돌리는 장면을 찍었는데 너무 멋지게 나와서 자기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 장면, 아마 영화를 본 모든 여성들이 탄성을 지르지 않았을까 싶다 ^-^ 아무리 말을 타고 옷이 펄럭거려도, 마치 모자는 머리에 테입으로 붙여놓은 양 절대 떨어지지 않고, - 그러고 보니 모자를 벗고 나온 씬이 한 장면도 없는 것 같다 --;; - 아무리 흙먼지 뒤엉키는 만주벌판을 달려도 얼굴에 검댕 하나 없으며, 타잔처럼 줄 타고 붕붕 날아다니면서 장총을 한 손으로(헉!) 갈겨대고, 확대경없이도 멀리서도 저격이 가능한 놀라운 눈을 가졌음에도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은 건, 역시 정우성만의 오라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송강호, 영화 초반에 지도를 습득하여 영화 내내 그 지도때문에 이래저래 끌려 다니는데도 끝까지 개그를 담당하여 분위기를 풀어준다. 송강호 특유의 궁시렁거리는 사투리와 함께, 이야기의 축을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고글이 달린 조종사 모자에, 카키색 누빔자켓과 자주색 가죽조끼, 그리고 워커 스타일의 단화, 그리고 쌍권총, 그리고 끝까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까지. 잘 짜진 스타일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남는, 정말이지 희안한놈이다. 극중에서는 아마도 제일 고생한 놈이 아닐까 싶은데, 달리는 짚차 뒤에 매달려 바닥을 끌려가고, 오토바이에서 붕 날아서 짚차로 올라 타고, 무거운 잠수부 헬멧(?)을 쓰고 다니면서 유머를 주고, 이래저래 바닥에서 벗어나기 힘든 캐릭터였다. 그렇지만 손에 잡히는 캐릭터로 만든 건 역시나 송강호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모처럼 나온, 특이한 장르의 잘 만들어진 영화. 그렇지만 스토리의 짜임새와 악역 캐릭터가 너무 아쉽고, 어딘가 모르게 귀에 거슬리는 음향을 좀 손봐주던지, 아님 국어도 자막을 좀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별 세개 반. 여자분들보다는 남자분들께 더 어필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ps 손익분기점이 천만관객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봤다. 나름 재미있게 본 강철중이 아마도 400만 정도를 찍고 있고, 아직도 조그맣게 상영중인 걸로 아는데,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이 영화, 천만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물론 상영관이 많고, CJ 에서 계속 밀어주고 있긴 하지만, 요즘 극장의 주요 수입원인 여성고객을 잡기에는 쬐끔 부족하리라 본다. 그래도 정우성 파워로다가, 화이팅~!!!!
|